숙소 체크아웃을 해야 되는데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카운터에 사람이 없다. 구채구 아가씨 늦잠이 들었는지 한 참을 부른 후에야 눈을 비비며 나온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 보관후 시내로 서서히 발길을 옮긴다. 이곳 캉딩이 칸즈장족 자치구 중심도시라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붉은 옷을 입고 다니는 라마 스님을 쉽게 볼 수 있다. 택시를 타고 파오마산으로 향한다. 역시 매표소 앞에서 입장료에 좌절.. 미리 준비해온 아들 국제학생증 이라도 사용해서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침이라서 공원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케이블 카를 타는 사람은 더더구나 없어 한가로운 공원의 아침이다.
산위로는 아직까지도 낮게 드리운 구름이 언제 갤지 모를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 토요일 아침의 여유로움을 한껏 더해준다.
케이블카를 내리면 길상선원 입구 이곳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열심히 향을 사라고 재촉한다. 나의 답은 "짜시델레~"
사찰 옆으로는 연못과 이런 곳에서 말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작은 경기장이 있다. 관광객을 위한 말은 아침 부터 피곤한지 무거운 눈거풀을 들어 올리기가 힘든모양이다. "피곤하니? 나도 너의 단잠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탄다. 그래 좋은 아침~~"
이곳에서 정말 초원에서 열리는 말경주 대회와 같은 경기는 열리지 않을 것 같고 그저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공간같다. 단지 내생각이라는 것 -_-
다시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가운데로 하천이 흐르고 그 하천을 따라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앞뒤로는 높은 산이 둘러싸여있어 답답한 느낌이 드는 도시다.
산위에서 보는 시내가 작아 보여서 택시를 탈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천천히 걸어서 시내를 구경하며 인민광장을 거쳐 숙소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했다.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광장에 들어서니 루딩에서 보았던 광장보다 작은 것 같다.
장족 일가족이 벤치에 앉아 있어 정중히 "사진 좀 찍어도 되나요?"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한다. 인심좋은 아주머니 이뻐요!
사진을 찍고 확인하자고 하시네. 사진 한 장 인화해 드릴걸 그랬구나!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오랜동안 계속되었다. 여유 좀 가지고 여행을 즐겨야 되는데.. 어쩔수 없는 한국인 인 모양이다.
신두챠오 가는 빠오처를 찾아본다. 여러 대를 거쳐 저렴한 가격으로 구하고 숙소에서 짐을 찾아 차에 올라탄다. 거의 만차가 되어가는 듯 싶다.
앞자리에 앉은 아가씨 따공까지 간단다. 이제 갓 대학졸업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네. 이것 저것 물어보니 자세하게 잘 가르켜준다. 친절한 아가씨다.
좀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아가씨 집에가도 되냐고 물어볼뻔 했는데 ... 기사 아저씨 우리더러 차를 옮겨 타라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 우리는 그곳에서 이별을 해야만 했다. 목적지가 우리는 신두챠오이고 그 아가씨는 따공이라서일까? 아뭏든 좋은 기회는 놓쳤다.
요금이 싼 대신 우리는 차에서 한 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한 참이 지나서야 나타난 승객은 3명 아마도 딸을 찾아 이곳 시내에 와서 점심을 같이 먹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캉딩을 벗어난 차는 저멀리 공가산의 꼭대기의 설산모습을 가끔씩 보여주며 초원을 이리 저리 방향을 바꾸어 가며 몽롱한 기억속으로 사라져갔다.
한 참을 지나 와이프의 손길이 나의 어깨를 흔들어 깨울 때에야 내가 정신이 혼미해져 잠시 잠에 취했던 모양이다. 깨어보니 캉딩정가란 선명한 글씨가 초원위에 새겨져 있는 멋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고산반응의 전조인 산소가 부족하여 잠에 떨어진 것이다. 절대로 잠을 자서는 안된단다. 오히려 잠을
자는 동안에 우리 몸은 산소를 평소보다 조금 필요로해서 전체적인 체내에 산소가 부족해진단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산소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절대로 자지 마세요..
기사에게 잠시 쉬어가자고 해서 차에서 내려 멋진 풍경의 사진도 찍고 아들 멀미로 인한 구토도 해결하며 제정신을 차려본다.
일행에게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인화를 해주었더니 좋아하신다. 라마스님 마저도 겉에 두른 옷을 재 단장하며 괜찮냐고 물어보며 포즈를 취한다.
이런 고지대에 자그마한 호수마저 있으니!!! 멋진 풍경이다.
이곳부터 신두챠오까지 그림같은 풍경은 계속이어저 카메라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빠오쳐가 아닌 4륜구동차를 랜트해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여유롭게 이 길을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차 안에서 연속으로 날려대는 셧터로 얼마나 좋은 그림이 많이 나올까? 눈으로보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겠지?!!
오늘 보는 이 모습을 어떤 글로 어떤 말들로 풀어내야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이지 않을까?
아님 나의 실력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지!!
생전 처음보는 멋진 풍경을 대하다 보니 집들이 점점 많아 지는가 싶더니 신두챠오에 도착한다. 일행중 한 분이 자기 친구가 숙소를 운영하는데
그곳을 소개해준다고 하신다. 그래요? 좋지요. 구경이나 해보자고 갔는데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환경하고 청결이...
나 혼자라면 모를까? 다른 숙소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 이곳의 대부분 집들이 아래층은 가게(식당)을 운영하고 2층이 숙소다.
하늘은 더 할 나이 없이 청명해서 가시광선에 우리 피부 고생이 많다. 온도도 높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헉헉..
얼른 숙소부터 구하고 쉬자. 조금만 기다려~~
그리 크지 않은 시내 조금 걸으니 제법 좋은 숙소가 나와 그곳에 짐을 풀고 휴식이다.
나는 신두챠오가 촬영자의 천국이라는 말을 무수히 들어와서 그냥 쉴 수가 없었다. 혼자 나와 차를 하나 수배하여 신두챠오 주변을 좀 돌아보자고 하여
따공가는 방향으로 촬영을 나갔다. 조금은 촬영하기 좋은 시간이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지...이곳 역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두루 돌아보면 멋진 사진 많이 찍을 수 있을 것같고 정말로 가을에 오면 좋을 것 같다.
웨딩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가끔 볼 수 있었다. 물론 이곳 신두챠오 사람들은 아니겠지! 도시의 젊은 연인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기사의 도움으로 자그마한 사원에 들어갈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사원에는 17명의 스님이 열심히 수행 중에 있다고..
사원 안 스님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 있었고 이런 웬지 이런 상황이 어색해서 영.. 역시 프로가 아니라서. 그래도 나름 철판깔고 몇장 찍었는데
그곳에서 스피드라이트까지 쓸 여유가 없었다. 수행중인 공간 앞쪽에서는 스님 두 분이 무언가 열심히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공양을 준비 중이란다.
이 분들과는 말을 좀 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17명이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는 무슨 종교가 있냐는 등...
공양중인 것은 짬빠에 하얀 수유를 정성스럽게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되돌아오는 길 내일 따오청까지 가기로 약속을 했다. 아침 8시 반에 만나자고.. 어려서 자기가 놀던 동네 입구에 한 번 구경가자고 한다.
이곳역시 넓은 지역이 없어 그나마 근교에서는 약간 넓은 들판이 있고 시내물이 흐르고 있어 놀기에 안성마춤인 곳으로 안내를 한다.
어려서 이곳에서 많이 놀았다고. .. 지금도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우리네 시골 풍경과 다를 바가 없다.
숙소로 돌아와 그냥 떨어져 잠을 자다.